매년 여름이나 겨울이 되면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속상한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른들은 안 덥다고 하지만 한여름 푹푹 찌는 날씨에도 "선풍기 바람이면 충분하다"며 거실 에어컨에 커버를 씌워두시거나, 한겨울 맹추위에도 보일러 온도를 한껏 낮추고 두꺼운 수면 양말에 플리스 자켓까지 껴입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고, 내려앉기도 하죠.
자식들이 덥다, 춥다 성화를 부려야 그제야 마지못해 온도를 조절하시지만, 부모님 마음속에는 늘 '요금 폭탄'에 대한 두려움이 깊게 자리 잡고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자식된 입장에서는 그런 걱정이 당연히 들기도 합니다.
연세가 드실수록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냉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으시면 자칫 더 큰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모님이 냉난방비 걱정 없이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나라에서 요금을 대신 내주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자격 요건과 신청 방법까지 아주 꼼꼼하게 짚어드리려고 합니다.

나이 조건은 프리패스! 우리 부모님도 대상자가 될 수 있을까?
나라에서 냉난방비를 지원해 주는 '에너지 바우처'는 꼭 필요한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두 가지 깐깐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가구원 특성 기준'과 '소득 기준'입니다.
먼저 가구원 특성 기준을 살펴보면,
주민등록표상의 세대원 중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등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1957년생이신 우리 부모님은 올해로 만 69세가 되셨기 때문에 이 첫 번째 나이 조건은 이미 완벽하게 통과하신 셈이죠. 어르신이 계신 가구는 온도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을 나라에서도 인정해 주는 겁니다.
문제는 두 번째 관문인 '소득 기준'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다루었던 기초연금만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이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수급자이신 경우에만
이 에너지 바우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니까 해당 안 되겠네"라고 지레짐작으로 창을 닫으시면 안 됩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들면서,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주거급여나 의료급여 대상자 기준에 충족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많거든요. 기초연금을 신청하시면서 소득 인정액이 낮게 평가되어 다른 복지 급여 대상자로 선정되셨을 수도 있으니, 자녀분들이 이 부분을 한 번 더 꼼꼼하게 확인해 주셔야 합니다.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정부의 생활 지원을 받고 계신다면, 이 에너지 바우처 자격도 자동으로 주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가구원 수별 지원 금액 총정리
그렇다면 조건을 충족했을 때 과연 얼마를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에너지 바우처는 사계절 내내 똑같은 금액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을 많이 트는 여름과 보일러를 가열차게 틀어야하는 겨울로 나누어서 지원금이 책정됩니다.
부모님이 혼자 사시는 1인 가구인지, 두 분이 함께 사시는 2인 가구인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요.
부모님 두 분이 함께 사시는 2인 가구를 기준으로 설명해 드리면, 1년 동안 총 27만 원에서 30만 원 안팎의 꽤 큰 금액을 지원받으실 수 있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매년 예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지원금은 여름철 전기 요금에 약 6~7만 원 정도가 배정되고,
나머지 20만 원 이상은 겨울철 난방비(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연탄 등)에 집중적으로 배정됩니다.
여기서 정말 유용한 꿀팁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여름에 에어컨을 잘 안 트셔서 여름 바우처 금액이 남았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은 금액은 겨울 바우처로 자동으로 넘어가서 난방비로 알뜰하게 쓰실 수 있거든요. 반대로 겨울 바우처 금액을 여름에 미리 당겨서 쓸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으니, 부모님의 생활 패턴에 맞춰서 유연하게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올여름 열대야에는 밤새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두셔도, 한겨울 한파에 보일러를 한 칸 더 올리셔도 요금 폭탄 걱정 없이 쾌적하게 지내실 수 있는 아주 든든한 방패가 되어줍니다.
고지서에서 알아서 깎아주나요? 헷갈리지 않는 신청 및 사용법
이 혜택이 정말 좋은 이유는, 한 번 신청해 두면 부모님이 매달 신경 쓰실 일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에너지 바우처를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요금 차감' 방식과 '국민행복카드' 결제 방식 두 가지가 있는데요.
아파트에 거주하시거나 도시가스를 사용하시는 대부분의 부모님께는 무조건 첫 번째 '요금 차감' 방식을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이 방식을 선택하면, 매달 날아오는 전기 요금이나 가스 요금 고지서에서 나라가 지원하는 바우처 금액만큼 알아서 쏙쏙 깎인 채로 청구가 되거든요. 부모님이 복잡하게 카드를 긁거나 영수증을 챙기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만약 시골에 거주하셔서 등유나 LPG 가스를 직접 배달시켜 쓰셔야 한다면 은행에서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아 직접 결제하는 방식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에너지 바우처는 매년 5월 말쯤부터 그해 연말까지 넉넉하게 신청을 받습니다.
신청 방법은 역시나 간단합니다. 부모님이 신분증과 최근에 납부하신 요금 고지서(전기 또는 가스)를 한 장 챙기셔서 관할 주민센터에 방문하시면 담당 직원이 친절하게 처리해 줍니다. 만약 부모님이 거동이 불편하시다면 자녀분이 대리인으로 방문하셔서 신청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직접 방문할 시간이 도저히 안 나신다면, 앞서 소개해 드렸던 만능 복지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자녀분들이 인터넷으로 '복지로'에 접속해서 부모님의 정보로 대신 온라인 신청을 해드릴 수도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죠.
(신청할 수 있는 링크입니다!)
복지로
www.bokjiro.go.kr
이번 주말에는 부모님 댁에 쌓여 있는 고지서를 한 번 슬쩍 확인해 보시고, 요금 혜택을 놓치고 계신 건 아닌지 꼼꼼하게 챙겨봐 드리는 건 어떨까요? 부모님의 사계절이 훨씬 더 포근하고 시원해질 겁니다.